Roen의 iOS 개발로그

간호사를 그만두고 개발자가 되려는 이유(왜 하필 iOS야?)

by Steady On

블로그를 만들면서 이 글은 언젠가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쓰게 되었다.

이글의 주제는 내 블로그 제목과도 이어지는 내용, "나는 왜 간호사를 그만두고 개발자가 되려 하는가?"이다.

 

1.  발단

때는 바야흐로 2016년, 내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어떤 대학병원의 입사대기를 기다리던 때였다. 보통 큰 병원들은 대학교 4학년 1학기 말부터 신입 공채를 내고 미리미리 신규 간호사들을 뽑아 두었다가 1년에 걸쳐 다음 해 3월부터 조금씩 입사 시킨다. 그렇게 발령 대기기간을 "웨이팅"이라고 부른다. 거의 한 1년을 웨이팅하고 드디어 병원에서 입사 교육에 들어갔다. 당시 병원들 사이에서는 "통합의료정보시스템", EMR이라는 것을 갖추었다는 것이 큰 자랑이었는데, 의사와 간호사 할 것 없이 '수기로 적던 모든 기록을 전산화한다'는 것은 큰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병원을 시작으로,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등 크고 이름있는 병원들은 저마다의 EMR을 만들어냈다. 내가 입사했던 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입사교육에 EMR을 어떻게 만들었고, 어떻게 사용하고 하는 것들을 교육했다. 그 때 내 귀에 꽂혔던 말이 있었으니,

우리 병원 EMR 개발에는 간호사들이 직접 참여했습니다.
EMR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간호사들이 참여해서 개발을 도왔고, 지금도 개선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였다. 나는 나름 컴퓨터를 만지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과에서 컴퓨터를 좀 만지는 사람하면 내이름이 나왔고, 실제로도 엑셀 다루는걸 진짜 좋아해서 논문에 사용할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도 도맡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 또래들 사이에서 그나마 좀 만지는 애 정도였지만...그래서 나는 그날부터 막연하게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나도 EMR을 개발하는 일을 해야겠다.
나도 EMR 개발하는 일에 꼭 참여해야지!

이때부터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개발자가 뭘하는지도 몰랐고, 그냥 뭔가 그 관련된 일이 하고 싶었을 뿐....

 

2. 전개

하지만, 입사 햇병아리가 뭘 안다고 EMR 개발에 동참하겠는가? 일단 실무부터 쌓아야지. 나는 신생아 중환자실로 배정을 받았고, 8개월만에 강제 부서이동을 당했다. 사유는 낮은 출생률로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수를 줄여야해서... 그래서 외과 중환자실에서 1년반 정도, 신경외과 병동, 그리고 정맥주사 전담 간호사까지 2년 2개월의 임상경험을 하고 나니 일이 아니라 사람에 치여서 내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EMR 개발 같은건 안중에도 없었다. 이유없는 태움, 괴롭힘, 뒷담화... 나는 그들의 문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가보다 하는 마음으로 매일 울면서 퇴근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이러다간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간호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두달을 정말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했다. 밖에도 안 나가고 게임만 했다. 게임하면서 게임방송을 시작했는데 나름 재미도 있었다. 그래도 더이상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구직을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간 곳이 또 다른 대학병원의 연구간호사 자리였다. 그것도 EMR 관련 연구! 병원 입사 처음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드디어 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연구 프로젝트는 병원에 이미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당뇨병 환자들의 합병증 발생확률이 어느정도나 되는지 판단해주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나는 거기서 개발자들을 위해 데이터를 정리해서 넘기는 작업을 맡았다. 개발자는 의료지식이 없다. 의료진들은 개발지식이 없다. 그래서 나는 개발자들에게 의료데이터를 정제해서 넘겨주는 일방적 통로역할이 되었다. 그렇게 일을하다가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내가 개발을 배우면, 의료지식, 임상경험이 있으니까...
의료 개발쪽으로는 원탑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말이 통하는 개발자는 무조건 될 수 있겠는데?

그렇게 나는 코딩을 공부해야 겠다, 나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3. 위기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일단 연구직은 월급이 어마어마하게 짰다. 진짜 너무 짜서 소금물일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딩을 공부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마침 계약기간이 끝나가고 있었기에 나는 다시 한 번 더 퇴사를 했다. 그리고 때마침 삼성3119구조대에서 면접제의가 들어왔다. 그렇게 에스원에 입사를 했다. 코로나로 업무가 널널했다. 엑셀실력을 뽐내면서 많은 업무 서식을 만들어두고 편하게 일을 했다. 급여도 쎘다. 단점은 연장이 없는 2년 한정 계약직이라는 것. 나는 그 2년을 충분히 누리기로 했다. 개발공부를 하면서, 돈을 모으면서 퇴사 후 설계를 시작했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개발자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개발자가 되려는데 뭘 공부하면 좋겠느냐고.. 친구는 일단 파이썬을 해보라고 권했다. 삼성은 좋은 회사다. 내가 해볼까 생각했던 교육 플랫폼의 교육을 무료로 들을 수 있었다. 파이썬은 재미있었다. 그래서 매달 10만원의 구독료를 내고 교육 플랫폼에서 매일 파이썬 공부를 했다. 함께 공부할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오픈 톡방도 개설했다. 질문을 해결해주고, 나도 모르는걸 얻어갈 수 있었다. 입문을 시작했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차례다. 나는 EMR 회사들의 모집 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경력직을 찾았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나의 비전은 국가사업으로 우리나라 전체 병원을 통합하는 EMR을 만드는 것, 그 비전이 현실적으로 매우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라에서 몇년간 그걸 못하고 있는 이유가 다 있었다. EMR을 통합한다는 것은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어느 병원에 가나 나의 진료기록이나 영상 기록이 모두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매우 편리한 일이다. 병원을 옮기거나 진료의뢰로 큰병원을 가게 되었을 때 돈을 더 들여서 진단서나 영상기록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 그런데 병원입장에서는 이게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특히 대학병원의 경우 한 곳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을 잘 옮기지 않는다. 그런데 EMR이 통합되어버리면 쉽게 다른 병원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큰병원들은 EMR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의료개발은 근무 환경은 열악하고 월급은 짜기로 또 유명했다. 그쪽은 안가는게 좋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럼 이대로 개발자의 길을 포기할 것인가?

 

4. 절정

그럴수는 없었다. 그런 하찮은 이유로 개발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기에는 내가 공부했던 코딩은 너무 재밌었다. (그래봤자 파이썬으로 알고리즘 문제 푸는 정도였지만..) 이렇게 재밌는걸 버리고 다시 고난의 길을 택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목표점을 잃고나니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한 반년정도 파이썬을 열심히 공부했고, 남은 1년 반은 개발보다는 다른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갑자기 일본어에 꽂혀서 일본어 능력시험 1급을 땄다. 그리고 정보처리기사 시험을 준비해서 필기에 합격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퇴사가 다가왔고, 나는 2022년 4월 구조대를 퇴사했다.

퇴사 이후의 생활은 그리 순조롭지 못했다. SSAFY에 지원했다가 서류에서 광탈을 했다. 그 쓴맛에 정신을 못차려서 한동안 해외취업국비교육을 듣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개발자가 되겠다고 했다가 아주 난리 부르스를 떨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곰곰히 생각했다.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처음에는 막연하게 나는 백엔드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프론트고 백이고 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디자인 감각이 없으니까 백엔드가 더 맞겠거니... 생각했던거 같다. 그렇게 이 부트캠프에 지원해볼까, 저거에 지원해볼까 하다가 가능하면 프론트랑 백엔드 둘다 해볼 수 있는 풀스택 캠프를 찾았었다. 그런데 뭔가 국비지원 부트캠프라는게, 그렇게 개발을 잠깐 찍먹하는 용도로 쓰는게 너무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한번 교육을 받으면 5년간은 다른 교육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니까 신중하게 골라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국비지원도 아니고 그냥 무료인 웹개발 부트캠프를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부트캠프를 경험해보기에도, 웹 개발을 경험해보기에도 너무너무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리액트냐 스프링이냐, 프론트냐 백이냐... 지인분이 진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셨다. 프론트는 어떻고, 백은 어떻고에 대해서... 그렇게 한참을 진로 고민을 하다가 깨닫고 말았다. 나는 백도 프론트도 다 좋다. 그럼 둘 다 할 수 있는걸 하면 된다.

 

5. 결말

백과 프론트를 둘 다 할 수 있는 것, 그건 풀스택 개발자가 아니라 앱 개발자다. 프론트에 가깝지만, 결국은 앱에 관련된 서버, DB연결 등등을 다 만져야한다. 그러니까 백과 프론트를 다 할 수 있다. 그럼 안드로이드냐 iOS냐인데 당연히 iOS다. 나는 아이패드 프로를 시작으로 아이폰,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 맥북프로까지 다 가졌다. 애플기기에 한번 맛들이고 나는 그 미친 연동성과 퍼포먼스에 미쳐버렸다. 그리고 또 내가 앱 개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웹개발로는 만들고 싶은 것이 없다.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없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앱 개발은 이것도 만들고 싶고, 저것도 만들고 싶고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럼 그걸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웹 개발이 구직이 더 쉽고 입문자가 하기 편하고 자료가 더 많고... 나도 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점수 맞춰 대학가듯이 그렇게 내 개발자 커리어를 택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게 뭔지 알고,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현실적인 웹개발, 가슴이 시키는 iOS라면 나는 과감히 iOS 개발자가 되겠다. 그렇게 결정했다.

 

이것이 내가 간호사를 포기하고 개발자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먹은 긴 여정이고, 그리고 개발자 중에서도 왜 하필 iOS 개발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앞으로 나의 성장과정은 블로그로 확인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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